대구의 독립영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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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독립영화에 대해

글: 서성희 (영화평론가,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독립영화란
독립영화는 원래 할리우드에 속하지 않는 제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화를 총칭하는 의미로 시작됐다. 독립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적은 예산으로 제작되므로 기술이나 특수 효과에 덜 의지하며 주제를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제작비는 개인적으로 조달하거나 정부나 단체에서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미국 영화에서 뉴욕이란 도시는 그 자체로 반 할리우드 영화의 상징이며 “독립영화의 메카”이다. 완벽한 드라마 구조와 스타시스템, 액션과 스펙터클을 무기로 전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한 “꿈의 공장” 할리우드와 달리 뉴욕은 다양한 실험성과 주제 의식으로 영화를 개인의 매체로 인식하는 독립 영화인(Independent Filmmaker)들의 근거지이다. 
우리나라에서 독립영화도 상업 영화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제작되는 영화를 총칭한다. 흔히 ‘독립’이라고 할 때는 두 가지가 포함된다. 첫째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영화 흥행의 결과로 제작비를 웃도는 수익을 목표로 하는 영화 자본과는 별도로 감독의 자체 제작 혹은 비상업적 자본에 의해 제작되는 것을 말한다. 때로는 관객들로부터 직접 모금하거나 공익적 기금을 이용하기도 한다. 
둘째는 상업 영화의 지배적인 이야기 전개로부터의 독립으로, 상업 영화가 제작비 회수는 물론 초과 이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연적으로 마케팅 관점에서 유리한 영화 내용을 전개하는 데 반해 독립 영화는 제작자나 감독의 주제 의식을 표출하기 위한 대안적인 내용과 형식을 담아내는 특성이 있다. 상업 영화가 이야기 전개를 관습화시킨다면 독립 영화는 이야기 전개를 ‘독립’시킨다.

대구의 독립영화
현재 대구지역의 독립영화 그중에서도 단편영화(40분 이내)의 수준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역량 있는 감독들이 많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좋은 작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는 영화 소비에 머물러 있던 대구의 한계에서 벗어나 지역의 젊은 영화인들이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 영화로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에 가장 적합하고 실현 가능한 제작 방식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독립영화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 지역 영화인들의 목소리다.

대구단편영화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대구의 독립영화 수준과 독립영화감독들의 에너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2021년 22회째를 맞는 ‘대구단편영화제’다. 대구단편영화제는 ‘대구독립영화협회’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대구독립영화협회는 2000년 3월 대구지역 영화인들이 지역의 영화 발전을 목표로 결성해 영화제작, 정책 연구, 영화 교육 등의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대구에서 만들어진 독립영화 16편과 당시 25회를 맞은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수상작 9편을 초청해 창립 영화제를 열었다. 이를 발판 삼아 2000년 11월에 ‘제1회 대구단편영화제’를 출범한다. 전국의 단편영화 중에서 경쟁을 통해 우수한 영화를 선정·소개하고 지역에서 제작된 단편영화를 알림으로써 전국적 교류를 꾀하고 한 단계 성숙한 지역의 영화 문화를 이끌어내자는 취지였다. 
대구지역 청년영화인들이 상업 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를 선택하고 장편이 아닌 단편을 선택한 것은 당시 주로 만들던 영화 길이와 지역의 제작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대구단편영화제는 한 해 1,000이 넘는 경쟁 단편영화들이 출품되는 전국적 권위가 있는 단편영화제이다. 단편영화가 성공하면 장편영화로 나아갈 가능성이 큰 만큼 대구단편영화제는 무르익은 성숙의 방향을 장편영화제로 전환해 나가려 한다. 예산 확보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앞으로 더 발전적인 변화가 가능한 역사를 가진 지역의 최고 영화제다. 

오오극장, 영화 마니아의 방
대구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립영화 전용 극장이 있다. 2015년 2월 11일 개관한 오오극장은 대구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관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된 독립영화 전용관이기도 하다.

“지역 영화의 현 상황은 척박하다는 말만으론 부족하다. 지역에서 총 4편의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강행군으로 진행되는 촬영상의 어려움보다 영화 제작 자체를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더 힘들었다.” 
- 대구에서 장편 독립영화 4편을 찍고 일본으로 가버린 대경대 교수였던 배태수 감독의 말

오오극장을 설립한 취지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1년에 500파운드의 돈과 사유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오오극장이 생기기 전에도 열정을 가지고 대구에서 활동을 하던 영화인들이 있었지만, 영화인과 영화 제작의 실체가 잘 눈에 보이지 않아 사업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지역 영화인들이 의지를 모아 민간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오오극장을 설립했다.  지역의 영화인과 문화 관련 단체 그리고 독립영화에 갈증을 느끼던 관객들의 모금을 통해 설립됐다. 영리 추구보다는 영화문화의 다양성과 그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오오극장은 극장 상영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의 독립영화,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가장 먼저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지역 영화 중심’의 영화관이다. 또 주목받은 독립 영화감독이나 배우들의 영화를 주로 상영하고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만남의 공간이다.   

대구영화학교, 이제 서울 안 가도 돼
1962년 한국 최초의 ‘영화법’은 당시 71개사에 이르던 영화사를 16개로 통폐합 시켜 영화사 등록 여건을 엄청나게 강화해 한국 영화의 ‘서울 집중화’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1962년 이후 대구는 영화 소비로는 전국 4위지만, 생산은 완전 불능의 도시가 되었다. 또 대구에는 현재 영화학과가 없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지역 청년들이 영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면 서울이나 부산으로 가야 했다. 2019년 대구시에서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운영을 위탁받은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대구영화학교’의 문을 열었다. 매년 연출, 촬영, 프로듀서 전공 분야에 4명씩 총 12명을 선발해 아카데미 형태로 영화를 연구하고 제작한 후 대구 영화의 인재로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고 있다.  

대구에도 영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구는 영화사 초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서울에서만 쓰고 있는 한국 영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도시다. 대구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좋은 영화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는 독립영화감독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현정
지역을 기반으로 독립영화를 제작해오고 있는 김현정 감독은 2015년 단편 <은하비디오>로 제15회 대한민국 청소년영화제 장려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2017년 <나만 없는 집>으로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5년 만에 대상작으로 선정되는 등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 권위의 단편영화제인 프랑스 끌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 국제 경쟁부문, 피렌체 한국영화제, 런던 한국영화제 등에서 크게 화제를 모았다. 
2018년 연출한 <입문반>은 그의 첫 중편 영화(60분 전후)로 신념과 자신이 처한 상황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신중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이 아닌 대구 영화인 커뮤니티에서 작품을 만들어온 여성 감독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 특히 불안한 처지의 삶에 손을 건네는 성숙한 자세에서 영화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연출력에 놀랐다.”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해 다시 한 번 진가를 인정받으며 우리나라 차세대 여성 감독의 대열에 우뚝 섰다. 2020년 <외숙모>로 대구단편영화제 애플시네마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2021년 지역에서 만든 자신의 첫 장편영화 <흐르다>의 후반 작업 중에 있다.

최창환
최창환 감독은 제34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작인 <호명인생>(2008)을 비롯해 제17회 인디포럼 초청작인 <그림자도 없다>(2011) 등의 단편영화를 만들어왔다. 2018년에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CGV 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을 받아 장편영화 <내가 사는 세상>을 제작했다. 2019년에는 만든 <파도를 걷는 소년>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감독과 촬영 기술을 지역에서 창작하는 후배 영화인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2021년 전국개봉한 <식물카페, 온정>을 연출하였고, 장편영화 <숨어드는 산>의 촬영을 마쳤다. 

유지영
유지영 감독은 <고백>(2011)으로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 <어느 날 갑자기>(2014)로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미쟝센상 등을 수상했다. 대구를 소재로 한 장편영화 <수성못>을 연출해 2018년 4월에 개봉했다. 2019년 서울독립영화제가 제작한 옴니버스 <너와 극장에서>에서 첫번째 에피소드 <극장 쪽으로>를 연출하였다. <크라임 씬> 등의 다양한 실험영상 작업도 시도했으며, 2022년 현재 두번째 장편영화 <Birth>의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현석
고현석 감독도 수상 경력이 화려한 감독이다. <봄, 봄>(2014)으로 제15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작에 이름을 올려 애플시네마 우수상, 그의 첫 장편 독립영화 <물속에서 숨 쉬는 법>(2017)으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를 수상했다. <평야의 댄서>(2020) 등의 단편영화를 간간이 만들며 지속적으로 영화 제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장병기
<맥북이면 다 되지요>(2017)로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 경쟁 대상을 수상한 장병기 감독은 2019년 60분짜리 중편영화 <할머니의 외출>과 2020년 단편 실험 영화 <세 개의 눈>을 연출하였다. 2021년 부산인터시티영화제의 제작지원을 받은 단편 <미스터장>을 연출하였고, 2022년 현재 첫 장편 <여름이 지나가면>을 준비 중이다. 

김홍완
김홍완 감독은 199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배용균 감독의 <검으나 땅의 희나 백성>(1995)의 촬영 스태프를 시작으로 <그들의 각자의 이별>(2013) 등의 그들 시리즈 등 수많은 단편영화를 제작하며 영화와 긴 끈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장편영화 <소실점>을 연출하고, 현재 한국영상위원회가 제작 지원한 장편영화의 후반 작업을 하면서 개봉 시점을 찾고 있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감독으로 <고추가 사라졌다>(2013), <중고, 폴>(2016)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2017) 등에서 매번 뛰어난 영상미를 선보이는 황영, 김은영 감독 부부, 생생한 리얼함에 극적 구성이 돋보이는 <데마찌>의 김성환 감독, <엄마는 무엇을 잊었는가>의 윤진 감독 등 현재 대구에는 오십여 명의 감독들이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대구에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은 서울이나 부산 심지어 전주보다 열악하다. 영화제작비에서부터 ‘후반 작업 시설’ 하나 제대로 없어 대구에서 촬영을 모두 마쳤더라도 후반 작업은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가서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대구 영화계는 열악한 제작 환경으로 안락한 여행을 위해 유람선을 기다리는 승객이 아니라 거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자신만의 요트를 만드는 개척자들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부의 환경이 전적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 속에 피어나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순 없다. 청년 영화인들의 심장이 뛰는 한 지난 40년 동안 죽어가던 대구 영화의 제작 환경을 살려내고, 그들이 대구에 정주하며 마음껏 영화를 찍을 수 있고, 그들이 만든 영화로 대구의 심장을 뛰게 하는 그날이 반드시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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