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영화학교(Daegu Film School) 3기 수료작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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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영화학교(Daegu Film School)가 3기를 맞았다. 1-2기의 성공적 안착으로 3기에 대한 기대치가 팽창한 상황에서 결과물을 먼저 확인할 기회를 얻었다. 우선 이후 결과를 확인하게 될 이들에게 2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 번째는 1/2기와 3기들의 출발점이 퍽 상이하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대구 독립영화판 선배들의 여러 작업에 참여하던 준 경력자들이 중핵이던 앞 기수와 신예들로 구성된 이번 기수를 동일선상에 놓고 평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 1/2기들도 전국적 주목도를 획득한 성과는 영화학교 수료작이 아닌 차기작에 이르러서였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애초 대구영화학교는 최소한의 지원책이란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 공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보완이자 미래의 마중물로서 턱없이 부족한 자원으로 진행되는 코스에 선배들의 완성도와 성과를 기대하는 건 과하다. 전반적으로 뚜렷한 주제의식과 의도가 돋보이지만 부족한 자원과 첫 연출의 투박함이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한 작품은 연출 완성도 면에서 돋보였지만 익숙한 소재와 접근법이란 한계를 지적하려 한다. 작업에 대한 평가보다는 미래의 시작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개별 작품 리뷰를 진행했음을 밝힌다. 

<그녀의 밤은 아름답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부쩍 멀쩡해 보이는 보도블록을 교체하곤 했다. 깔끔하게 포장된 블록을 뒤집으면 부패물과 진흙,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다족류에 질겁하던 기억은 의외로 오래 지속되는 것들이다. 그녀의 밤은 아름답다란 제목은 반어법에 가까운데 모두가 흐뭇하게 바라볼 결말을 비틀어 세상일의 모호함과 복잡성을 굳이 끄집어내려 했기 때문에 그렇다. ‘그녀’, 은영은 하룻밤을 온전히 바쳐 ‘좋은 일’을 한다. 그 결과로 사회적 표창도 받는다. 그녀의 미담은 자신이 꿈꾸던 인생의 목표에도 플러스가 되었음을 영화는 암시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은영과 상대방이 영화 내내 밀고 당기던 논쟁의 예상 밖 결론은 관객의 통념을 뒤집어 보도블록의 이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길 강요한다. 물론 은영의 행동 역시 21세기 차가운 도시의 밤에 쉽게 결단할 만한 어설픈 참견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용기는 칭송받아 마땅한 비범한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은 그 이상을 넘어서는 난제에 주인공을 기어이 밀어 넣고야 만다. 그 참담한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은영이 고개를 숙일 때, 영화가 안정적으로 끝나기만 기다리던 관객의 안일함에 파문이 일길 바라면서. 

<NEVERMIND>
한국은 사실상의 섬나라다. 3면이 바다로 막혀 있고 북쪽은 휴전선으로 막혀 있으니. 그래서인지 일본의 극단적 집단주의 속 침묵하고 민폐 끼치는 것을 꺼려하는 습속을 비웃으면서도 기묘하게 닮아간다. NEVERMIND 속 폐쇄된 세계가 딱 그 모양이다. 네 명의 ‘중2병’ 소년들과 그중 두 소년의 어머니가 이 일그러진 세계의 구성원이다. 어머니들이 보기에 넷은 늘 어울려 다니는 또래 집단이다. 인사 제꺽 하고 친구네 집에 와서 밥 먹고 놀다가는 그런 아이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고 한다. 네 명의 계급은 철저히 나뉘어 있다. 정점에 선 아이와 각자의 역할과 지위를 나눠받은 중간지대의 경쟁자들, 그리고 최하위의 피착취 신분으로 고정된 구조는 견고하기 그지없다. 권력자는 최하층에 관대한 것처럼 보인다. 폭력과 착취는 아랫것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모든 통제권은 최고정점이 쥐고 있다. 중간계급은 경쟁하며 자리가 비어지기만 바란다.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다고 영화 속 부모들이 ‘문제부모’도 아니다. 그저 믿고 싶지 않거나 깜빡 놓치는 것뿐이다. 하지만 군사독재를 닮은 과거 공교육이 폭력으로 통제하던 공간의 공백은 어떻게 채워질 수 있을까? 

<영미의 입장>
영미의 입장을 ‘가객’ 김광석 네 번째 앨범 수록 곡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이무영 감독의 지금 보면 시대를 한참 앞서간 2002년 영화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로 풀어내보자. 영미는 자신에게 찾아왔던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달은 덕분에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채 이별을 준비한다. 속된말로 ‘섬씽’ 같은 것도 없는 오직 그녀만의 외 사랑이었기에 그녀는 힘들지만 담담하게 선배 언니의 결혼을 축하해주기로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웨딩촬영이라니! 영미에게는 불면의 밤이 계속된다. 속이 아프다. 언니가 자상하게 보살펴준다. 차라리 결혼 준비에 바빠서 무신경해지면 좋으련만. 오직 관객과 영미만 아는 말하지 못할 비밀의 시간은 계속된다.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언니의 행복을 빌어주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야외 촬영 결전의 순간. ‘태권소녀’ 영미는 ‘평온무탈 아내’ 언니와의 추억을 위해 자신만이 간직할 비밀의 화원을 준비하지만 ‘철없는 남편’ 용민 덕에 위기에 처한다. 그 모든 과정은 오롯이 관객과 영미에게만 ‘방백’처럼 공유된다. 그리고 오직 남는 건 시간에 풍화되면서도 문득 아픈 상처로 되돌아올 그녀의 기억 뿐.

<전투로부터 멀리>
전투로부터 멀리는 승준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이놈아저씨’와 맞서는 물러설 수 없는 결전에서 피씨방 의자로 퇴각하는 패배의 서사다. 그를 대장으로 신뢰하는 세호는 아직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패배한다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승준은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그리고 대장으로서 세호를 책임질 수 없음도. 그는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한편으로 승준의 변화는 그가 자신을 둘러싼 주변 세상의 ‘무게’를 깨닫게 되는 지혜를 터득하는 과정으로도 읽힐 수 있다. 도입부에서 이제 ‘철’이 들기를 촉구하던 어머니는 영화 내내 공백으로 남는다. 그녀의 빈자리는 변두리 동네 조부모에게 맡겨진다. 애정으로 손주를 대하는 그들이지만 세호의 상실감은 온전히 대체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세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싸움, 하지만 승준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단계에 진입하는 순간 가면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어렴풋이 알기 시작한 세상의 비정함. 그 통과의례를 위해 승준은 비겁해진다. 어른들이 조금씩 세상에 길들여지며 내뱉던 것처럼. 그렇게 소년이 도착한 ‘유년기의 끝’ 혹은 ‘관계의 종말’ 

글: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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