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향한 의지가 가끔은 자기 파괴적인 집착으로 변질되곤 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함을 지우기 위해 스스로 엄격해진 인물이, 역설적으로 그 결함에 완전히 지배되어 버리는 아이러니를 그리고 싶었다. 외부의 사소한 자극이 내면으로 침투하고 끝내 신체의 변화로 분출되는 궤적을 ‘초록’이라는 시각적인 요소로 표현했다.
줄거리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채은은 ‘색을 못 쓴다’라는 선생님의 피드백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특히 촌스럽다고 지적받은 초록색을 보완하려 애쓰지만, 오히려 초록 알레르기가 생기고 만다. 지우려던 초록은 오히려 방안까지 이끼처럼 뒤덮으며 내면을 침범하고 채은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잠식되어 간다. 시험 날 아침, 모두가 떠난 교실에 홀로 남은 채은은 자신을 괴롭혔던 초록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