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미술에서 ‘선 긋는 법’을 배운다는 건 기초를 익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 긋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선 긋기’에 빗대어 표현하고는 합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정의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선을 긋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선을 긋는 일은 다른 방식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누군가와 연대하기 위해 서로를 연결하는 선을 긋는 방식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줄거리
"졸업을 앞두고 대학을 휴학한 유나는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다녔던 입시 미술학원에서 3년째 강사로 일하는 중이다. 어느 날, 유나는 원장의 강압에 신설된 대학 편입반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희영을 만난다. 유나는 희영에게 미술의 기초인 ‘선 긋는 법’을 가르치게 된다.
그림을 그리려면 선 긋는 법부터 익혀야 해. 적절한 길이로 그을 수 있어야, 필요한 만큼의 압력을 조절할 수 있어야, 다양한 각도로 연필을 다룰 수 있어야…원하는 걸 그릴 수 있어. 선 긋는 법을 잊어버리면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릴 수 없어.
유나는 희영을 가르치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희영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도망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고,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