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성주의 진심에 귀기울여 주십시오.
안녕하세요. 저는 <파란나비효과>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박문칠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6월 22일 개봉을 준비하던 중, 온라인에서 성주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접하게 됐습니다. 고심 끝에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전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파란나비효과>는 작년 여름부터 이어져온 성주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가 처음 공개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였고, 보신 분들마다 감동과 웃음이 넘친다며 뜨거운 공감을 보내주셨습니다. 특히, 성주 주민들이 직접 참석하신 전주에서의 첫 상영은 (사드장비 일부가 기습배치된 직후인 탓에) 많은 관객분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성주의 힘겨운 싸움을 격려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개봉을 앞둔 요즘 성주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사드를 반대한다면서, 어떻게 홍준표 몰표가 나올 수 있느냐" “사드 배치는 성주가 딱이다” 등 투표결과에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도 아마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비슷한 말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성주분들과 호흡하며, 직접 다큐의 제작, 촬영, 편집을 하다 보니, 사태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의 진심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성주 투쟁을 보고, 많은 분들이 성주 군민 전체가 사드를 반대한다고 오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초기에 성주군수가 앞장 서 혈서를 쓰고 투쟁을 이끌 때에는 그런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사드 부지를 좀 더 인구가 적은 롯데골프장으로 옮기면서, 국방부와 군수는 주민 간 갈등을 부추겼고, 투쟁의 불씨를 끄기 위해 끈질긴 회유와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 배치는 안 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소수가 되었고, 이번 선거 결과는 그 뼈아픈 사실의 반영입니다. 강정, 밀양처럼 대규모 국책사업이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정부의 분열책동과 새누리 군수의 악랄함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여러 방해 공작을 뚫고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온 성주 촛불에 대한 단죄는 거두어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이들이 비록 지역 내에서 소수이나, 철옹성 같은 보수의 텃밭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분들입니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사람들에게 왜 달리지 못 하냐고 돌 던지기 전에, 이들의 첫 걸음을 응원해주십시오. 그리고 척박한 지역에서 멸시와 냉소를 받아가며 힘들게 싸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파란나비효과>는 바로 이분들의 정치적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평생 1번만 찍던 사람들이 세월호의 진실에 눈을 뜨고, 지금껏 5.18이 북괴의 소행이라고 믿었던 분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게 되는, 그런 작지만 놀라운 변화들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 겨울, 이들은 우리와 함께 박근혜 탄핵의 촛불을 들었고, 새 정부의 탄생을 기뻐했습니다. 단언컨대, 이들 중 홍준표를 찍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성주를 비난하셨던 분들께 감히 이 영화를 권해드립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부터 최근 시사회에서 직접 영화를 보신 관객 대부분은 미처 몰랐던 성주의 진실을 이제야 확인하셨다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시고 계십니다. 보고 나면 성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거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권이 바뀐 후, 사드 배치 과정에서 국방부가 저지른 불법 탈법 사실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주 촛불이 제기했던 수 많은 의혹들이 진실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그 동안 성주 사드배치와 관련한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하지만 여론의 압도적 지지 없이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도, 사드 재논의도 보수세력에 의해 좌초될 수 있습니다. 사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성주의 외로운 촛불에 손 내밀기 위해 이 영화와 함께 해주십시오. 성주가 고립되고, 결국 사드가 배치가 완료되면 누가 흐뭇한 미소를 짓겠습니까? 박근혜 정부 최대의 외교안보 적폐인 사드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 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분들. 이 영화와 함께 해주십시오. 추운 겨울을 지나 300일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촛불을 들었던 성주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실 것을 진심으로 호소드립니다.
2017년 6월 8일 <파란나비효과> 감독 박문칠 드림.
줄거리
“지금 그깟 미사일이 사람보다 중요합니까?!!”
“우리 아이들이 있는 곳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안됩니다!!”
어디보다도 보수적이었던 경상도 성주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사드(THAAD) 배치 반대투쟁!
그 중심에는 젊은 엄마들이 있었다. 처음엔 전자파로 아이들이 입을 피해가 걱정되어 시작한 투쟁이었지만, 사드에 대해 알아나갈수록 이 땅 어디에도 필요 없는 무기임을 알게 된다. 사회문제에 별 관심 없었던 그녀들이 이제는 누구보다 앞장 서 한반도 평화를 노래하며 별고을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투쟁을 앞장서 이끌었던 성주군수가 주민의 뜻을 져버리고 사드 3부지 이전을 수용하자, 투쟁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비고
2017
- 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 8회 광주여성영화제, 한국장편
- 13회 인천여성영화제, 장편
2018
- 18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올해의 초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