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갓 잡은 물고기처럼 팔딱대는, 생동감 있는 우울을 본 적이 있는가?
현대 사회의 우울과 불안은 기이하다. 우리는 불가피한 것에 굳이 마음 썩히지 않고, 이 사회에 아주 잘 적응하려 노력하면서 한층 깊은 심연을 만들어낸다. 점점 고갈되고 있지만, 오히려 아프지 않고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실 그것은 어부에게 갓 잡힌 물고기가 뭍에서 부리는 마지막 발버둥일지도. 어부들이 “어이구 고놈 참 힘 좋네.” 하는 걸 들으면서 “앗, 내가 그렇게나 힘이 좋았던가?!” 하고 팔딱팔딱 죽어가는 것일지도. 이 작품을 통해, 사실은 나도 잘 포장된 채 마음 한구석이 아팠던 것이 아닐까, 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볼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줄거리
쿡방 유튜버로서 혜진의 삶은 언제나 바쁘고 알차고 행복한 삶이었다. 모든 게 평범해서 존재감 없었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그러나 유행이란 것은 흐르는 법. SNS의 대세는 쿡방에서 굿방으로 넘어가는 중이며, 그 중심에는 학창 시절 자신보다 더 회자되던 왕따 김은주가 있었다. 혜진은 이끌리듯 무당이 된 은주를 찾아간다. 막힘이 없으나 괜히 말이 많지도 않고, 자신감 넘치지만 오만하지 않은 저 무당, 뭔가가 있다. 이 사람은 정말 신의 제자가 아닐까? 그렇게 은주는 혜진의 삶의 조언자이자 등대이자 그동안 몰랐던 세계로 인도한 선생님이 된다. 그런 사람을 만났는데…! 그런데 왜 혜진의 삶은 점점 더 무기력하고 우울해지기만 한 것일까. 그러나 은주는 이마저도 해답을 알고서 혜진에게 슬며시 어떤 제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