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영화리뷰 <더 납작 엎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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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납작 엎드릴게요> 리뷰

김건우


 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사찰 출판사에서 일하는 혜인을 중심으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옴니버스적으로 담은 오피스 코미디의 형식을 띤다. 영화는 아침예불시간 피곤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혜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사찰 출판사라는 특별함에 들어간 회사, 그러나 그곳은 여타 직장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 꽉 막힌 상사, 진상 부리는 고객, 말도 안되는 업무 요구 등 혜인의 직장생활도 일반 직장처럼 답답함 그 자체이다. 특별함으로 시작된 혜인의 직장생활에는 점점 권태가 쌓이기 시작한다.

 김은영 감독의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헤이송 작가의 에세이 더 납작 엎드릴게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장편 영화이다. 영화에서의 혜인처럼 원작을 쓴 헤이송 작가 역시 사찰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곳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묶어 출판한 책이 바로 더 납작 엎드릴게요이다. 영화는 에세이에 나와 있는 에피소드 중 일부를 엮어 영상화하였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옴니버스 구조는 원작에서 기원한 것이기도 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다른 포맷의 매체로 공개되는 것 역시 고려한 결과라고 감독은 말한다. 이외에도 옴니버스 구조를 채택한 여러 가지 말못할 이유들이 또한 여럿 있었겠지만 덕분에 영화는 내내 코미디의 리듬감이 가득 넘친다. 다시 말해 영화는 다른 장르나 이야기로 빠지지 않고 오직 사찰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만을 유쾌하게 담아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늘어지는 부분이 없도록 만들었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아이디어 넘치는 재기발랄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출판사가 사찰 안에 있다보니 회사에서 먹는 회사밥은 항상 채식 위주이다. 채식 식단에는 항상 콩나물이 나오다 보니 혜인과 그녀의 직장 동료들은 이에 완전히 질려버린다. 이런 모습을 영화는 영화의 주인공인 혜인이 직접 콩나물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혜인 역할의 김연교 배우는 콩나물 분장을 하고 직접 콩나물이 된 듯 열연을 펼친다. 또 영화에서는 애니메이션 장면을 활용하기도 하고 달마대사가 직접 나오기도 하며 혜인 주변을 맴도는 공과금의 늪이 의인화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김은영 감독은 영화에서 모든 아이디어를 총동원하여 관객들이 흥미를 갖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영화를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이다. 영화는 사찰 출판사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전개되지만 내용은 우리가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겪는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영화의 특성은 영화를 보는 극장을 공감의 감정으로 가득 채운다. 어느 회사에 있든지 우리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고 우리가 이러한 상황들에서 어떻게 싸워나가야하는지 영화는 재치있게 말한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특별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여성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세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인 혜인, 그리고 회사 상사인 윤팀장과 김대리는 모두 여성캐릭터이다. 안과장을 제외하곤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회사는 여성들의 연대가 돋보인다. 일종의 꼰대 캐릭터로 묘사되는 안과장은 윤팀장에 의해 항상 진압되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혜인에게 찾아오는 위기는 윤팀장과 김대리의 도움으로 타파된다. 마지막에서의 이 연대는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결론적으로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관객들에게 차분한 여운을 남긴다. 모든 업무가 끝난 저녁, 혜인은 하루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털어버리고 불상 앞에서 진정으로 납작 엎드리게된다. 이런 라스트 씬은 영화 내내 지배하고 있던 코미디적인 정서를 정리하면서 영화가 진정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관객들에게 와닿게 하는 효과를 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우리는 영화에 대해 다시 차분히 생각해본다. 사찰 출판사라는 특별한 공간을 영화 내내 담으면서도 우리네 삶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영화는 말한다. 삶을 살면서 더 납작 엎드리게될 수 있는 순간들을 비로소 축복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극장에서 나올 때 혜인과 같은 우리의 삶이 다시 시작된다.





*본 작업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영화 문화 활성화 지원사업> 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관련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
2023 | 김은영 | 63분
촬영 전상진(컬러플러스)
프로듀서 황영
출연 김연교 , 장리우 , 손예원